부모 혹은 다른 가족의 요양원 입소를 고려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과 제대로 된 돌봄을 위해 미리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요양 시설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정확히 그곳에서 일어나는 좋지 못한 행위들이 어떤 것인지 아는 이들은 잘 없다. 현장에서 일을 하는 분들 조차도 밖에 나오면 내부에서 있었던 일들을 잘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미국의 한 노인케어 전문 업체에서 발표한, '요양원이 감추고 싶어하는 사실들'에 관한 글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요양원의 실태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노인들이 1대 1 케어를 살뜰히 받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고, 내 가족을 입소시킨다면 어떤 점을 미리 확인하고, 입소 후에도 어떤 점들을 눈여겨봐야 하는지 1,2부에 걸쳐 알아보자.
요양원이 감추고 싶어하는 요양원의 현실 10가지
1. 부족한 직원
실제로 한 요양원의 사례를 보면, 요양 보호사 3~4명이 27명의 입소 노인을 돌본다고 한다. 그런데 입소한 노인들 중 절반 이상이 요양 보호사의 도움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분들이다. 심지어 일부는 자리에서 스스로 돌아눕지도 못한다. 요양원은 정해진 시간이 맞춰 모든 노인들이 동일한 시간에 식사, 간식, 휴식(휠체어를 타고 공동 공간으로 나가 햇빛을 쬐는 등), 목욕, 기저귀 케어 등을 받는데, 요양 보호사 3~4명이서 27명을 모두 케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돌봄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활동을 해 내야 한다는 목적이 강할 수밖에 없다.
2021년 장기요양 보험 통계에 따르면 장기요양 수급자가 2023년 110만 명에서 2027년 145만 명, 2030년 16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로라면 요양 시설은 물론 요양 보호사의 부족도 불 보듯 뻔하다. 공급 보다 수요의 증가폭이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2. 높은 수익성
수익성에 대한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마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노인 요양원 매매'를 검색해 보면, 요양원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 광고와 매물이 엄청나게 나온다. 일부 상가 매매와 같이 요양원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 매물들은 수 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주요 거래 조건에는 '수용인원'이 포함된다.
실제 한 거래소에서는, 경기도 지역에 20억원대의 요양원 한 곳의 경우, 40명 정도가 수용 가능하며 노인 1명당 160만 원을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든 수익성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요양시설이 가파르게 증가하였고, 노인 유치 경쟁도 치열해 지면서, 수익을 높이기 위한 각종 비리를 저지르다가 발각되는 경우도 종종 뉴스에서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식대를 빼돌리거나, 자격이 없는 직원을 허위로 등록하여 공단에서 돈을 타내는 등의 부당한 사례들이다.
수익률을 올리기에 급급한 '돈벌이'가 되다보니 자연히 요양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요양 보호사들이 실제 근무했던 시설들의 형편없는 식사와 기저귀를 아끼기 위한 요양원의 행태들을 일부 커뮤니티에서 밝히기도 한 것을 보면, 이런 일들이 적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3. 높은 이직률
낮은 임금과 고강도 업무로 인해 요양 보호사들의 이직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요양원 내에서 발생하는 일부 노인들의 폭력과, 폭언 등으로 인해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시 노인들이 될 수밖에 없다. 입소자 한 명 한 명의 건강 상태와 식사량, 약물 복용, 생활 습관 등을 이미 알고 있는 요양사가 나가버리면, 새로운 요양사는 또다시 적응 기간을 가져야 하므로, 치료와 돌봄의 일관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4. 맞춤 케어 부족
입소자들은 각기 다른 질병과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원에 입소하게 되면 모두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앞서 설명한 전문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심지어는 기저귀에 한 배변을 침대와 벽, 자신의 온 몸에 칠하는 등의 행동을 하더라도, 정해진 목욕날이 아니면 따로 목욕을 시킬 수 없는 요양원들이 많다. 한 명의 노인을 목욕시키기 위해서는 요양사 1명이 적어도 1시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노인들을 온전히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소한 노인에 따라 맞춤 케어 하기론 요양원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5. 제한된 활동
요양원들은 노인 유치를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홍보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모두 이뤄지진 않는다. 비용 문제도 있겠지만, 노인들의 참여도도 많이 떨어지므로, 그런 빼곡한 프로그램 일정표들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스페인 만화였다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화 '노인들'을 보면, 요양원의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요양 시설 및 방문 돌봄을 하시는 요양 보호사분들의 처우와 인식 개선에도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질 좋은 돌봄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식도 모시기 힘들어 요양원에 입소시킬 정도로 정신이 온전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노인들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진짜 부정한 것 아닌가?
다음 시간에는 사랑하는 부모나 가족을 요양 시설에 입소시키기 전에 어떤 점을 주의하고, 또 입소 후에 어떻게 하면 내 부모의 안전한 요양원 생활이 가능할지에 대해 알아보자. 참고로, 2024년 새롭게 개정된 요양 시설 이용 요금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