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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많이 알면 많이 보입니다.

아파트 1층 살아본 후기 일조량 / 사생활 침해 / 소음 / 단열 /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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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결혼 후 지금까지 총 5번의 이사를 했다. 11년 동안 5번의 이사를 했으니 2년마다 이사를 다닌 셈인데 5번 모두 아파트였고, 층수와 방향은 모두 달랐다. 그러다 1년 전 신축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결혼 전 살아 본 원룸 빼고는 10층 밑으로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저층 중에서도 1층에서 산다고 했을 때 사실, 걱정이 굉장히 많이 되었다. 

1층집에 대한 걱정 

1. 사생활 침해 

가장 큰 걱정은 단연 바깥으로 다니는 사람들로 인한 내부 노출이었다. 여러 아파트를 살다보니 단지 내부를 돌아다닐 때 1층 집들은 굳이 쳐다보지 않으려고 해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낮에는 아무리 쳐다봐도 보이지 않지만 해가 지거나 흐린 날에는 낮에도 안이 훤히 보인다. 이를 막기 위해 해질 쯤에는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온 창문을 다 막아 놓으니, 안에서는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2. 단열 

1층 집은 땅에 붙어 있어서 겨울에 엄청나게 춥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로 인해 겨울에는 보일러를 아무리 틀어도 춥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는 내게는 사실 가장 큰 걱정이었다. 

3. 모기 

안그래도 지구 온난화 때문에 모기의 생명줄이 길어지고 있는데, 1층 집에 살게 되면 주택에 사는 것처럼 모기 천국이 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요즘은 모기들이 사람 몸에 붙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층 이상까지도 올라가니, 공용 현관문만 열면 떡하니 있는 1층 집은 오죽할까. 

4. 소음 

1층 집은 보통 엘레베이터앞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택배 수레 끄는 소리, 계단실 문 여닫는 소리 등 일반 아파트에서는 나지 않는 공용 면적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무리 중문이 있다고는 해도 다른 층에 비해서는 외부소리가 더 많이 날 것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1층 베란다 창밖으로 사람들 지나다니는 소리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까지 합세하면, 창문이나 열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5. 일조량 

밖에서 안에 들여다 보일까 하는 걱정으로 블라인드나 커튼을 치게 되면, 안그래도 저층으로 인해 일조시간이 짧아질 텐데, 커튼으로 인해 들어오는 빛도 차단해야 해서 암흑 속에 살거나, 하루 온종일 불을 켜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다. 

 

1층집에 살아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1. 샷시 유리, 블라인드 등의 발전으로 사생활 침해 크지 않다.  

 

우리가 이사 온 집이 신축 아파트이기도 하지만, 웬만해선 대부분은 아파트 1층 집 거실 앞에는 작은 화단과 큰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어떤 아파트들은 1층 집이 특별 설계되어, 아예 울타리와 함께 가든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굳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무 한 두 그루만 있어도 밖에서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낮에는 왠만하면 밖이 더 밝기 때문에 안이 전~~ 혀 보이지 않는다. 여름에는 7시 이후, 겨울에는 5시 30분 이후에 블라인드를 내려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특히 신축 아파트라면 베란다 샷시 유리에 어느 정도 선팅과 같은 코팅이 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만일 이런 시공이 되어 있지 않다면 입주 후에 주인에게 부탁하거나, 사비를 들여 코팅을 시공해도 된다. 

 

해가 강하게 드는 오전에는 블라인드를 쳐도 내부가 환하다.

 

2. 1층이라서 특별히 더 추운게 아니다. 

 

4,50년 넘은 아파트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은 아파트 단지에는 지하 주차장이 있다. 주택을 지을 때는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로 집을 올릴 단을 먼저 만들어 그 위에 시공을 하곤 하지만, 아파트에는 이미 지하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고,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로 다른 집에 비해 더 춥지도 않다. 

 

만일 1층 우리집이 아주 춥다면, 그건 전체적인 집 구조의 단열 문제이지, 1층이라서가 아니라는 거다. 

 

내가 사는 집에 경우는 신축이라 전체적인 단열이 매우 뛰어나다. 그러다 보니 1층이라서 더 춥다는 생각을 1도 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전에 살던 15년 된 집의 13층 집보다 훨씬 따뜻했다. 

 

만일 내가 이사가려는 집에 10년 미만의 신축 아파트고, 특히 새시가 두꺼워 단열이 잘 되어 있다면 겨울 추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원을 사랑하지만 아파트에 살아야한다면 1층을 강력 추천한다.

 

3. 모기는 방충망 물구멍을 막으면 왠만큼 해결된다.  

 

모기에 대한 걱정 때문에 4월에 이사를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집에 나 있는 모든 창문에 물구멍을 모두 방충 스티커로 막은 것이었다. 다이소에서 1,000원짜리 방충 스티커 5개 정도를 사서 집안 모든 창문과 베란다 새시 아래쪽에 나 있는 물구멍을 스티커로 밖에 나가서 다 붙였다. 작은 창에도 물구멍이 4개나 나 있으니, 전체 구멍을 합치니 30개 정도 되었다. 

 

결론을 말하면, 지난 해 여름 나는 집에서 모기 두어 방 물린 게 다고, 모기가 좋아하는 우리 남편과 아들의 경우도 5군데 미만으로 모기에 물렸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모기가 없었는데, 이것은 신축 아파트라 하수도 배관이 깨끗하고 근처에 물 우덩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주 많은 경우, 이 물구멍으로 모기 및 기타 곤충들이 들어오므로, 반드시 방충 스티커로 전체 창문을 꼼꼼히 막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창문마다 뚫려있는 물구멍은 방충 스티커나 시트로 반드시 막아야 모기로 인한 불상사가 없다.

 

4. 소음은 층수에 따른 것 보다, 동의 위치에 따라 크게 차이 난다. 

 

1층이라 창문을 열지 않으면 바깥 소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창문을 열면 당연히 소리는 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층이기 때문에 바깥 소리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러 아파트를 살아보니, 소음으로 인한 불편이 가장 많은 곳은 층수가 아니라 바로 본인이 살고 있는 동의 위치였다. 어린이집이나 놀이터를 마주 보고 있는 동 주민들은 특히나 오후 시간 아이들 하원 후 노는 소리와, 여름밤에는 10시 넘어서도 계속되는 중고등학생들의 고함소리로 고통받는다. 

 

현재 우리 아파트의 경우도 놀이터 앞에 있는 동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해 경비실에서는 매일 밤 9시에 놀이터를 돌면서, 아이들이 있으면 해산을 시키고 있다. 

 

밖에서 보면 낮에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나무가 심어져있다. 방충망도 안을 안보이게 해준다.

 

5. 일조량은 저층, 고층 보다는 집의 방향 및 앞에 가리는 건물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 

 

저층은 고층에 비해 당연히 일조량이 적다. 이것은 절대 부정할 수 없고 예외도 없다. 

그러나 우리동 앞에 5층 이상의 건물이 없다면 해가 조금 일찍 지는 것 외에 특별히 일조량이 부족해서 불편한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우리집이 남동향이냐, 남향이냐, 남서향이냐에 따라 해가 드는 시간대가 달라지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이것은 집주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좋고 싫고가 나뉘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한 판단은 힘들다. 

 

오후 늦게 해가 지고, 집안 내부에 불을 켜게 되면 밖에서 안이 보일 수 있어 블라인드를 치지만, 어차피 해가 완전히 지면 안에서도 밖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빛도 안들어 오기 때문에 굳이 커튼을 치고 안치고로 인해 뷰를 못 보고, 해가 안들고의 문제는 자연히 사라진다. 조금 일찍 밖을 못 볼 수는 있지만 때가 되면 블라인드를 쳐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답답하거나 불편한 건은 전혀 없다. 

 

1층이라도 남동향인 우리집은 11시까지 빛이 밝게 들어오고, 오후 3시까지 불을 켜지 않아도 된다.

1층이라 너무 좋은 점 

첫째,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흡사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카페나 리조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가을에는 아이 방 앞 단풍 나무에 단풍이 황홀하고, 겨울이면 거실 밖 화단에 심어진 3그루의 동백꽃이 봄이 오기 직전까지도 화사하다. 

 

딸 아이 방 창밖은 그야말로 붉게 물든 가을산이다.

 

1층집의 거실밖 겨울 풍경

 

겨우내 핀 동백꽃이 3월초쯤되면 거의 떨어진다.

 

둘째,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조금 어리다면 이 부분은 아주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을 두고 내가 밖에서 산책을 한다고 나가도 아이들이 나를 볼 수 있으니 안심을 한다. 

 

저층집에 살면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집에서 볼 수 있다.

 

셋째, 엘레베이터는 주차장 갈 때만 이용을 하니, 일주일에 고장 한 두 번 정도 타는 게 다다. 얼마나 좋은 줄 아는가? 엘리베이터의 고통이 단 1도 없다. 재활용 쓰레기도 쌓아 둘 필요가 없다. 그날 나온 쓰레기는 모조리 슬리퍼 신고 얼른 나가서 버리고 온다. 

외출 시 물건을 집에 두고 와서 다시 돌아와야 할 때도 짜증이 안 난다. 이것이 1층 집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넷째, 층간 소음이 제로다. 우리 아이들은 집 거실에서도 줄넘기를 한다. 음악 줄넘기를 신나게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2층 주민으로 인한 층간 소음 고통은 복불복이지만, 다행히 우리 집 2층은 노부부가 살고 있어, 마치 공실인 것처럼 조용하다. 만일 우리가 다음번에도 1층 집을 선택하다면 바로 이 점 때문일 것이다. 

1층 집 총평 

1층집에 살아보기 전에는 1층 집으로 드나드는 사람은 "돈이 부족해서 1층에서 사나?" 혹은 "엘베 앞이라 되게 시끄럽겠다.", "밖에서 다 보여서 어찌 사노?", "빛이 안들어서 안이 컴컴하겠다." 등등 불편함에 가득 찬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층 집에 살아보니 이런 천국이 따로 없다. 주택살이의 장점을 온전히 가지고도 공동 주택의 편리함을 트낄 수 있는 는, 그야말로 1석 2조의 거주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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